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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Dr's/김쌤's 스킨 마스터

피부과 전문의가 말하는 여드름과 화장품 (1) - 화장품이 여드름의 주요원인인가?

화장품이 여드름의 주요원인인가?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화장품을 사용하실 겁니다. 직장을 가진 여성이라면 필수품이죠.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여성이라면 매일 접하는 화장품에 한번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을 겁니다. 이런 화장품과 여드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 - Acne Cosmetica

(Archives of Dermatology; 1972년 106권 843-50)


목적:

저자들은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을 발견하고 토끼와 인체에서 재현실험을 시행하였다.


배경:


1. 머리에 포마드를 장기간 바른 후 이마에 *면포성여드름이 발생하였고, 토끼의 귀에 접촉을 시킨 후 같은 증상이 발생하여 '포마드 여드름'이라고 명명하였다(Plewig 등).

2. 인도의 어린이에서 두피에 식물성 기름을 바른 후 면포성 여드름이 발생하였다(Bhutani 등).

3. 기름기 많은 모발 윤택제 사용 후 면포성 여드름이 발생하였다(Garnier 등). 

4. 파라핀 오일을 두피에 사용한 후 면포성 여드름이 발생하였다(Berlin 등).

이상의 여러 가지 증거들을 통해 기름기가 많은 화장품이 여드름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심하였다.


이런 화장품과 관련된 여드름은 증상은 심하지 않으나 지속적인 면포성 여드름의 형태이며 염증성 여드름의 양상은 아니어서 농포는 드물게 나타난다. 주로, 성인에서 발생하며 화장품을 장기간 사용한 후 갑자기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저자들은 다양한 식물성 기름과 화장품들이 면포성 여드름의 양상을 나타내었음을 확인하고 화장품에 의해 여드름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를 'acne cosmetica(화장품에 의한 여드름)'라고 명명하였다.




결과:


1. 여러 가지 식물성 기름을 이용한 유발실험 결과 아마씨기름, 땅콩기름, 올리브기름, 코코아 버터 등에서 comedogenicity(여드름 유발 가능성)를 확인하였다.


2. 다양한 바셀린 종류(회사별, 라인별)에서 여드름 유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파라핀 기름에서는 여드름 유발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참고> 바셀린은 연고나 크림 등의 바탕기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름이므로 화장품에 들어가는 다른 모든 성분보다 먼저 확인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서 ‘배경’에는 파라핀에 의해 두피에 발생하였다고 했으나 저자들은 파라핀에서는 여드름의 발생을 관찰하지 못했네요.


김쌤’s 생각

논문 내에서도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로 이 논문은 그 후로도 많이 인용되고 있으나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acne cosmetica)’이란 명칭은 요새는 사용되지 않네요.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계셨을지 모르지만 이 논문이 벌써 30년 전 연구랍니다. 최근의 경향은 조금 달라졌나 봅니다. 달라진 경향은 앞으로 연재될 내용에서 다룰 거랍니다. 많이들 기대해 주세요. ㅎㅎ


3. 기타 첨가물

Tetradecane, Oleic acid, Bytyl stearate, Crude coal tar, Ichthanmmol, Pine tar, Octanol 등등의 첨가물들의 여드름 유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TIP. 화장품 표시사항을 보면 성분들이 대강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표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나 이런 성분들이 있다면 피하는 게 좋긴 하겠죠. 그러나 최근의 화장품들은 많은 검사를 거쳐서 시판되므로 non-comedogenic 이라는 표시만 확인하면 됩니다. 안심하세요. ^^*


4. 토끼 귀에 이상의 화장품들을 도포한 실험결과와 인체 실험결과는 일치하지 않았다.



고찰:

<저자들이 여드름에 의한 화장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1. 25세 이상의 여성에서 약한 정도의 면포성 여드름이 지속되는 경우는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이라 할 수 있다. 25세 이상의 남성에서도 여드름이 발생하나 대부분 염증성 여드름의 형태로 발생하며 면포성 여드름의 경우는 적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며 여드름의 발생 양상이 줄어드나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은 나이가 많은 여성에서도 일정한 정도로 꾸준히 발생한다.


2. 토끼귀 실험을 통해 이상의 제품에 의해 여드름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다. 동물실험을 바로 인체에 적용할 수는 없으나 comedogenicity(여드름 유발 가능성)를 미리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3.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등에 유발 실험을 실시하여 면포성 여드름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다른 의견>


1. 최근 외모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해 남자 환자의 수와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중장년층의 남자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의 중장년층에서도 면포성 여드름이 관찰되나 이들의 화장품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즉,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남성에서는 생기지 않으나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에서만 생겼다는 주장은 현재에는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30년 전 논문임을 감안할 때 여드름을 주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성인 남성의 인구는 극히 적었을 것으로 이는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관련한 것이지 화장품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2. 동물실험의 경우 인체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므로 화장품 유발 가능성을 사전에 미리 검사하는 용도로 사용해도 되나 이런 반응만으로 여드름의 원인으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


3. 저자들은 면포성 여드름을 확인하기 까지 6주-12주 동안 환자의 등에 매일 밀봉하여 실험하였다. 쉬운 실험이 아니었으므로 저자들의 노고는 높게 평가하고 싶으나 실제 화장품을 밀봉하여 사용하는 일은 없으므로 노출정도를 감안하면 여드름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지는 않다.



요약정리:

저자들은 주로 25세 이상의 여성에서 면포성 여드름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acne cosmetica)'이라 명명하고 화장품의 성분으로 토끼 실험과 인체 유발 실험을 통해 확인한 후  이런 검사를 통해 여드름 유발 가능성(comedogenicity)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저자들은 고찰을 통해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에서도 모든 면포가 반드시 화장품에 의해 생긴 것은 아니며, 기존의 여드름 환자에서도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군요. -.,-



김쌤’s 생각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보다는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의 악화’라는 표현이 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저자들의 ‘잘난 척’이네요. 어려운 실험을 통해 범인을 찾아내었고 죄목까지 달아놓아 그 후 이 논문에 근거하여 화장품은 죄인이 되어 의사들조차 여드름 환자에서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됩니다.


진정한 의미의 '화장품에 의한 여드름'은 여드름이 전혀 없던 사람이 특정한 화장품을 바른 후에 여드름이 발생한 후, 화장품의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호전되며, 다시 화장품을 사용하면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에 그렇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피부과 진료 중에 경험하는 환자들은 여드름이 간혹 있던 사람에서 화장품을 사용한 후 여드름이 갑자기 악화되지만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증상의 호전이 뚜렷하지 않고 치료 후 화장품을 다시 바르더라도 같은 양상으로 악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죠. 화장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떼어내지 못하는 이유죠. 하지만 이런 경우 화장품은 악화요인 중 하나이지 여드름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랍니다.


현재도 많은 의사들이 여드름 환자들에게 지나친 화장을 금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말 화장품이 이렇게 나쁜 것일까요?